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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하나증권의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보고 화가 난 이유

by 베피1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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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나증권의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에 관해 다루었는데요. 어제는 비교적 차분한 톤으로 썼지만 솔직히 읽어볼수록 화가 났습니다. 너무나 허술한 가정과 설명, 마치 결과를 정해 놓고 쓴 듯한 부분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수산화리튬 가격 전망을 들 수 있는데요. 어제 언급한 것처럼 하나증권의 김현수 연구위원은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2027년 향유 가치를 0.6조원으로 제시하면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리튬 생산 캐파가 2027년에 8.2만톤으로 6배 정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액은 4,250억원에서 7,870억원(아래 그림 참조)으로 두 배도 성장하지 못하고 영업이익은 1,49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수산화리튬 가격의 급락이 이러한 실적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27년 수산화리튬 가격을 kg당 8달러로 전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kg당 80달러 수준에서 10분의 1로 쪼그라든 가격입니다.

출처: 하나증권

그런데 이처럼 극단적인 전망도 황당하지만, 이러한 논지를 펼치는 과정이 더 좋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출처 : 하나증권

쉽게 말해 리튬 가격이 2021년 1월 kg당 58위안에서 2022년 11월에 572위안으로 10배 가까이 상승했다가 하락세로 전환해 2023년 4월에 189위안으로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5년 후인 2027년쯤에 리튬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김현수 연구위원이  리튬 가격으로 제시한 것은 엄밀히 말해 탄산리튬입니다. 영어로 Lithium Carbonate입니다. 탄산리튬은 중국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원료입니다. 반면 수산화리튬(Lithium Hydroxide)은 고사양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에 사용됩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둘은 다른 제품이기 때문에 탄산리튬 가격추이를 언급하면서 수산화리튬 가격을 전망하면 안 됩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수산화리튬 가격을 전망하려면, 그것도 5년이나 지난 시점의 수산화리튬 가격을 전망하려면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와 수급 상황을 근거로 해야 합니다.  탄산리튬 가격추이를 토대로 슬쩍 제시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수산화리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에 첨부한 파일은 하이투자증권에서 올해 1월 25일에 발간한 '수산화리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리포트입니다. 

수산화리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pdf
2.59MB

이 리포트는 수산화리튬 가격을 이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5 년 리튬 수요량은 110 만톤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며, 그 동안 투자로 늘어난 공급량은 150 만톤 이상으로 현재 타이트한 수급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리튬 가격 전망과는 다르게 수산화리튬의 경우 현재의 리튬 채굴 및 제련 기술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 향후 가격이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화리튬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 뿐만이 아닙니다. 멕시코 소노라(Sonora) 리튬 광산을 소유한 영국의 바카노라리튬(Bacanora Lithium)사는 리튬 가격을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녹색선이 수산화리튬(Lithium Hydroxide)인데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란색선의 탄산리튬(Lithium Carbonate) 가격도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출처: Bacanora Lithium

이처럼 리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급이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수요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에 제시한 하이투자 보고서와 같은 맥락입니다.

출처: Bacanora Lithium

이렇게 볼 때 하나증권의 전망, 즉 수산화리튬 가격이 2027년에 kg당 8달러로 급락할 것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일이니만큼 이런 전망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수산화리튬의 수급 상황을 토대로 한 정교한 근거를 제시해야지 탄산리튬 가격추이를 언급하면서 슬쩍 5년 뒤 가격을 써놓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첫 번째 그림에서 보듯이 2027년 에코프로 자회사들의 목표 PER을 25배로 일괄적으로 제시한 것도 지나치게 인위적입니다.

 

여기에 이 리포트에 관해 언급한 각종 시황 방송에서 이 리포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도로 언급한 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차전지 산업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특정 섹터의 보고서를 평가하려니 이 정도 언급 밖에 못하는 것 같은데, 보고서를 직접 검토해보고 따져보지 않는 개인투자자라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많이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주식도 상승만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과도하게 올랐다면 일정하게 조정을 받는 것이 건강한 움직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바로잡겠다고 허술한 근거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 역시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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