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기술주가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의 경우 6월 20일 현재 연초대비 14% 상승한 반면, 나스닥 지수는 30% 상승했습니다. 나스닥 수익률이 두 배나 높은 상황입니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고, 경기침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역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OpenAI사의 챗GPT가 작년 11월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챗GPT를 비롯해 지금까지 크게 유행했던 서비스의 확산 속도를 비교한 것인데요. 넷플릭스의 경우 사용자가 100만명에 이르기까지 3.5년이 걸렸고 1억명에 도달하는 데에는 약 10년이 걸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상당히 빨랐는데 2.5개월만에 사용자가 100만명에 이르렀고, 2년이 지나 1억명에 도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챗GPT는 이런 기록들을 가볍게 넘어섰습니다. 사용자 100만명에 단 5일이 걸린 것입니다. 사용자 1억명에 이르는 데에도 며칠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챗GPT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챗GPT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것은 기존에 나왔던 인공지능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경우도 있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과 같은 문제점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근사한 대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챗GPT의 성공은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Open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엔진인 빙(bing)에 챗GPT를 탑재해 검색능력을 크게 강화했고, 워드/엑셀/파워포인트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은 물론 윈도우 자체에도 인공지능 서비스인 코파일럿을 탑재함으로써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엄청난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도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구글이야말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단적으로 GPT의 T가 Transformer라는 언어모델의 약자인데, 이는 구글이 2017년에 공개한 것이었습니다. 챗GPT가 공개된 이후 구글도 인공지능 서비스인 바드(bard)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최근에 공개된 바드의 성능은 어떤 면에서 챗GPT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메타 역시 챗GPT보다 훨씬 적은 수의 매개변수를 이용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라마(LLaMa)'를 내놓았고 최근에는 자체설계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회사들이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특히 GPU 회사로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실적과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V100은 1초에 125조번 실수 계산을 할 수 있는데요. 그 다음 모델인 A100의 경우 V100에 비해 1초에 무려 312조번의 더하기, 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 학습과 추론 부문에서는 V100보다 20배 이상 뛰어난 연산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챗GPT는 A100 칩을 만개나 썼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는 더욱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3월 GTC 2023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위한 추론 플랫폼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 GPU 제품군을 확장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차세대 제품인 H100 GPU의 경우 A100 GPU보다 연산능력이 12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H100의 가격이 4만5,600달러(약 6,0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챗GPT 이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서 핵심적인 수혜기업으로 지목되는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엔비디아 주가는 6월 20일 기준 438.08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연초 대비 200% 상승한 수치입니다.
메타와 테슬라의 주가도 최근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술주 반등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세계 기업들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 수직계열화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챗GPT를 만든 OpenAI의 창립멤버였고, 최근 인공지능 회사인 'X.AI'를 설립하는 등 인공지능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술주들의 질주가 '닷컴 버블'처럼 붕괴할지, 아니면 더 오래가는 랠리가 될지를 놓고 투자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단 투자자들은 기술주 랠리가 더 간다는데 베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일리가 있습니다. 챗GPT의 성공에서 보듯이 과거와 차별화된 성능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벌써부터 기술주의 하락을 논하는 것은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서 웨드부시증권의 선임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가 "이번 상승장이 1999년과 같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관련 시장이 커질 것임은 분명하지만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엔비디아의 경우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PER이 20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forward PER의 경우 향후 실적전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기술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역사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임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미 연준의 통화정책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전망에 힘입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최근 미 연준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예상보다 느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과 같이 새로운 기술이 붐을 일으킬 때에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만, 분명한 점은 시간이 갈수록 실제로 돈을 벌수 있는 기업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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