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추천할 만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연애 스토리를 담은 잔잔한 병원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요.
뻔할 것 같았던 드라마의 스토리는 예상과 다르게 무척 입체적이고 깊이가 있었습니다.
정다은 역의 박보영과 동고윤 역의 연우진, 송효신 역의 이정은을 비롯해 주조연들이 훌륭한 연기를 펼친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할 점들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을 자책하거나 스스로 움츠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죠?^^)
참고로 이 드라마는 같은 제목의 웹툰이 원작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으니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정신적인 문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사실 매우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회사원, 평범한 고시생...
어떤 사람들은 잘 지내다가도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나 일과 관련된 부담감 때문에 과부하에 허덕이다가 공황장애와 같은 문제를 겪게 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시공부와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발버둥 치다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우리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유능하고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공황장애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단지 무능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아닙니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줍니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정다은 조차도 평소에는 무척 밝고 예쁜 모습이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통 이런 류의 병원 드라마에서는 '멀쩡한' 주인공이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치유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주인공 스스로가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이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설정입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버리면 자칫 스토리가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정신병동에 입원 후 퇴원한 주인공의 이력을 알게 된 명신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의 가족들이 정다은 간호사를 퇴출하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에 정다은 역시 간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무너질뻔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다은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일은 다른 환자들을 더욱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장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주는 더욱 큰 메시지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셋째, 타인을 무자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결국 나와 내 가족에게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자각하자.
정다은과 같이 정신병원 입원경력이 있는 간호사에게 가족을 맡길 수 없다는 보호자들의 강경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각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 병원에서 퇴원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병동에 입원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퇴출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 나옵니다. 11화에서 송효신(이정은) 수간호사가 정다은 간호사를 공격하는 보호자들에게 말하는 장면입니다.
한 보호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거 자체가 좀 욕심인 거 같은데요."
이에 대해 송효신 수간호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 한다는 거 자체가 욕심인 것 같다고요? 그럼 병희님도 평생 집에서만 숨어 살아야겠네요. 성식님도 평생 회사는 못 다니시겠고요. 다른 환자분들 모두 평생 사회생활은 못하고 집 안에서만 계셔야겠네요. 그렇죠?"
이러자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크게 반발합니다. 이에 송효신 수간호사는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합니다.
"왜요? 내 가족한테 이런 말 하니까 마음이 아프세요? 가슴이 찢어지세요?
근데 방금 보호자님께서 하신 말씀 모두 환자분들이 병원에서 나가면 들어야 되는 얘기들입니다."
저는 이 대사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드라마를 다 보신 분도 이 부분은 꼭 다시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드라마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정신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포기할 뻔 했다가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간호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어떤 사람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현실을 무시하고 원하는 것만 추구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해주다가 결국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다소 이기적인 것 같아도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임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매우 설득력 있게, 그리고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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