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7월 25일에 46만 2,00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8월 7일 현재 34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고점대비 -16%나 빠진 것입니다. 장중 최고가가 58만 4,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하락폭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코프로, 피엔티, 윤성에프앤씨, POSCO홀딩스 등 양극재, 장비 등 이차전지 종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후 조정을 받고 있는데 급등하는 구간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차전지 주가가 조정을 받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일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에 따른 수급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눌려있던 주가가 이른바 숏커버링으로 급격히 상승하면서 변동성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것도 이차전지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 478만대에서 2022년에 802만대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34만대가 팔린 것입니다. 다만 증가속도는 둔화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115.5%였던 판매증가율이 2022년에 61.2%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40.9%를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주요국들 가운데 한국의 판매증가율 하락세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전기차는 7만 5,000대였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의 6만 1,000대에 비해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117.9%에서 22.6%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09.4%에서 올해 상반기 31.6%로 하락했습니다. 미국도 68.3%에서 53.9%로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이 주요 협력사에 전기차용 부품 생산량을 최대 20% 감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감산 요청을 한 이유는 당연히 저조한 판매일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GV60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량이 2,710대로 전년 동기의 3,937대에 비해 31% 감소했고,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6 역시 월평균 판매량이 1,000대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각국의 보조금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2020년에 최대 820만원(국고 기준)이었으나, 올해는 최대 680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것도 차량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일 때 100%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도 3년 전만 하더라도 보조금 최대액이 2만 2,500위안, 한화로 약 400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보조금이 아예 폐지되었습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는 전기차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상하이, 산시성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북유럽 국가들도 보조금을 없애는 추세입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에 50%를 넘기 시작해 2022년에는 80%를 넘었습니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세액 공제 혜택을 줄이고 중량세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 정부 역시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없앴습니다.
무엇보다 내연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 가격을 들 수 있습니다. 전기차가 내연차에 비해 비싼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사실 앞에서 언급한 보조금 문제도 내연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 가격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위 기사는 작년 6월 한 언론사에서 전기차와 내연차의 유지비를 비교한 것인데요. 먼저 동일 차종인 니로 하이브리드와 니로 전기차를 구입했을 때 전기차가 1,033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의 유지비가 저렴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2만km 주행시 6년 6개월을 타야 전체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납니다. 연간 1만km를 주행하는 경우 무려 13년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테슬라 모델3와 BMW 3시리즈 가솔린 모델을 비교한 경우 연간 2만km를 주행하면 3년 10개월이 지나서야 테슬라 모델3의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 1만km 주행시 이 기간은 7년 4개월로 늘어납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면에서 전기차에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원자재 값 상승으로 내연차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높아진 금리도 전기차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기가 아무래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자동차 할부금리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차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내연차가 힘을 얻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가 대세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후변화 때문인데요.
올해 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2032년까지 신차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이와 관련해 다소 끔찍한 그래프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비슷한 그래프가 또 있습니다. 캐나다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올해의 경우 폭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가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주가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최근 현대차 주가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대차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조 5,92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크게 상승해 10%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판매가 늘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2분기 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제네시스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저조한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향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를 놓고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가 전기차에서도 분명히 강점을 갖고 있는만큼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최근 이차전지 투자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는데요. 단기적인 주가를 예측하려 하기보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을 길게 보시는 것이 좀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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