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차전지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6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이후 10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약 25% 하락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장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7%, 삼성SDI는 12.7%, 포스코케미칼 51.2%, 코스모신소재 16.1%, 율촌화학 35.3%, 디이엔티 13.1% 등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에 제조 장비를 공급해온 업체들도 수혜를 입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에 활성화 공정 장비를 공급해온 에이프로의 주가는 7월부터 2개월간 24%나 올랐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1월 15일에 11만6,600원(종가기준)으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면서 12월 21일에는 9만9,800원으로 -14.4%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이른바 양극재 톱4로 불리는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의 주가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앞서 에코프로비엠과 마찬가지로 11월 15일에 23만6,000원(종가기준)으로 고점을 기록하고, 이후 하락해 12월 21일 기준 18만7,500원을 기록해 -20.6% 하락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물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양극재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국내 양극재 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11월 국내 양극재 수출액은 11억5백만 달러로 전월대비 12% 증가했다. 수출량도 2만3,175톤으로 전월대비 14.2% 증가했다. 양극재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출액을 수출량을 나눈 단위당 가격을 중심으로 보면 다소 다른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7월의 kg당 50.7달러에서 8월 49.3달러, 9월 48.7달러, 10월 48.6달러에 이어 11월 47.7달러로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 가운데 양극재를 수출하는 기업으로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LG화학, 유미코아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양극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4분기 양극재 업체들의 매출액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고, 양극재 업체들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고객사들의 연말 재고조정 등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4분기 합산 매출액 컨센서스는 4.8조원 수준이다.
한편 2023년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이 계속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단행한 정리해고와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 등이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12월 21일 현재 14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테슬라의 핵심 밸류체인인 엘앤에프의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차전지 산업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판매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이차전지 업종의 4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월부터 환율이 급락하면서 4분기에는 전분기에 비해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 업체들의 4분기 매출액도 시장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IRA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이 봉쇄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차전지 산업에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단기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1~2월까지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10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96만2,375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배터리 출하량도 48GWh로 전년 동기에 비해 74% 증가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성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그리고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더라도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배터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일정하게 바닥을 다진다면 경제 여건이 호전되거나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도 본격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