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매우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매우 뜨거운 모습인데요. 이차전지 관련주들을 미리 선점해서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주식시장을 지켜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많은 시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이라도 조금씩 들어가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최근 급등한 종목은 조심해야겠지만,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긴 안목으로 접근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차전지 관련주 투자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증권사 리포트를 참조하는 분이라면 좀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증권사 리포트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는 편이지만 터무니없는 리포트들도 종종 봤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4월 4일 삼성증권에서 발간된 리포트입니다. 김동영 퀀트 애널리스트가 쓴 "투기와 투자 사이, "One-tenth baggar"의 기억"인데요. 이 보고서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5월 12일에 MSCI 정기 리뷰가 발표될 예정이고, 현재 기준에서 에코프로, KT, 코스모신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양의 편입 가능성이 높은데, 2차전지 급등주의 경우 추가적인 가격 급등이 예외적인 탈락 규정을 발동시킬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수 편입이 꼭 주가의 추가 상승을 담보하진 않고, 지수 편입 이벤트들이 끝나고 나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더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구는 맨 마지막 문단입니다. "특히 코스모신소재, 금양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과거의 신라젠, 신풍제약의 수치 상황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음. MSCI 편입 호재 기대감으로 단순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음"이라고 되어 있네요.
특히 코스모신소재, 금양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과거의 신라젠, 신풍제약의 수치 상황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음. MSCI 편입 호재 기대감으로 단순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음
다시 말하면 위에 열거한 종목들, 특히 코스모신소재와 금양과 같은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오른 것이 MSCI 지수 편입과 관련되어 있고, 지수 편입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코스모신소재와 금양의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MSCI 지수 편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단 신라젠과 신풍제약의 주가추이를 가져와 봤습니다. 지난 10년간 주가추이를 보면 신라젠의 경우 2017년 7~8만원대, 장중 10만원을 넘는 고점을 찍었다가 이후 급락해 현재 6천원 수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신풍제약의 경우에도 2020년 한때 20만원 수준까지 갔다가 현재 1만8천원대로 주가가 내려와 있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폭망한 주식들입니다.
좋습니다.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현명한 주식투자를 위해 이런 예를 들수도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적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실적, 그리고 미래의 성장성을 고려해서 주가가 형성됩니다. 이것은 개인투자자도 아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때는, 더군다나 주요 증권사 리포트에서 그런 얘길 할 때는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가령 '현재 시장에서는 A라는 기업이 향후 수 개월 내에 얼마 정도의 수주를 받아낼 것이고 영업이익률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해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애널리스트가 분석해 본 결과 수주규모와 이익이 과대평가되었기 때문에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리포트는 기업들의 주가 전망을 MSCI 지수 편입이라는 변수로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수편입 이후 크게 하락한 사례가 있으니 이런이런 기업들도 주의해야 한다. 아니, 주의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앞에서 본 것처럼 객관적으로 신라젠, 신풍제약의 상황에 더 가깝다고 했으니 확실히 결론을 낸 것이네요. 코스모신소재와 금양의 주가가 앞으로 급락할 것이라고요.
도대체 근거가 뭘까요?
공교롭게도 이 리포트가 나왔던 4월 4일은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크게 조정을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런 주식을 팔아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식투자를 좀 해본 분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향후 기업실적과 주가에 관한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대응이 달라집니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주가 하락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주가가 상승해도 서둘러 팔려고 할 것입니다. 만약 후자의 경우 그 전망이 틀렸다면 그 투자자는 커다란 미래수익을 날려버린 셈이 됩니다.
하지만 4월 5일이 되자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상승세와 관련해 이상한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에서 계속 고평가를 외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현상이 두 달 가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작년 말부터 그런 얘길 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왜 오르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만약 기존의 관점이 틀렸다면 지금이라도 수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제대로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일 아닐까요?
저는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앞으로 오를 것이니 증권사들도 그런 방향으로 리포트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평가되었다면 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고, 왜 지난 몇 개월간 그들이 그렇게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은 000 주가가 10% 넘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른 것 같습니다'라는 얘기를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말이지 투자자들을 오도하는 수준 낮은 리포트를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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