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예매했다는 글을 포스팅했었는데요.
그리고 극장에 가서 슬램덩크를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 출시된지 무려 30년이 넘은 만화가 이렇게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현재 시점에서 봐도 너무나 흥미진진했으니까요. 심지어 영화를 이루는 주요 내용이 전국대회에서 있었던 북산과 산왕의 경기였습니다. 만화책을 통해 그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이 주는 현장감과 속도감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냥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명장면들이 많은데요. 대표적인 예가 산왕의 거친 압박에 고전하던 송태섭이 드리블로 이를 뚫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만화책에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긴장감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이용해 잘 살린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불과 몇 초 동안의 장면이었는데 산왕 선수들의 거친 수비를 제쳐내는 송태섭의 몸짓과 근육의 떨림, 볼을 향한 집념이 아주 잘 표현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이렇게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게 무척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영화를 보니 이번 영화가 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인지 여러 가지 의미가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주인공이 북산의 포인트가드인 송태섭이기 때문입니다. 농구의 포지션은 크게 가드, 포워드, 센터로 구분되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포인트가드(PG), 슈팅가드(SG), 스몰포워드(SF), 파워포워드(PF), 센터(C)로 나뉩니다. 그리고 포지션을 숫자로 나타내는 경우에는 PG를 1번, SG를 2번, SF를 3번, PF를 4번, C를 5번으로 부릅니다. 그러니까 '더 퍼스트'라는 수식어에는 1번인 송태섭이 주인공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영화는 어린 시절 오키나와에서 형과 농구를 하던 송태섭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만화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사에 관해 별로 다루지 않았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송태섭의 성장과정과 개인적인 가정사를 다루며, 이를 경기장면과 오버랩시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최강으로 꼽히는 산왕을 넘어서는 것이 단순히 강팀을 이긴다는 것 뿐만 아니라 송태섭의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68cm 단신 가드가 최강의 상대에 맞서는 모습이 송태섭의 개인사와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줍니다.
두 번째는 이번 영화가 어떤 관객에게 '첫 번째' 슬램덩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슬램덩크는 1990년대에 나온 만화입니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났거나 학창시절을 보낸 젊은층에게 '슬램덩크'라는 만화는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30년 전에 나온 만화에 대해 왜 아직까지 사람들이 환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엄청난 시간차를 극복해 버렸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번에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제 딸과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요. 너무 재밌었다고 난리였습니다. 특히 서태웅이 너무 멋있다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서태웅의 활약과 매력을 얘기하더군요. 아빠가 어렸을 때 보며 느꼈던 감동과 재미를 딸아이와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유쾌했습니다.
세 번째는 이번 영화가 한 편에 그치지 않고 'The Second', 'The Third'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준다는 점입니다. 'The First Slam Dunk'가 있으니 당연히 'The Second Slam Dunk'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영화를 보는 내내 후속작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두 번째 슬램덩크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요? 첫 번째가 1번 포지션인 포인트가드 송태섭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두 번째는 2번 포지션인 슈팅가드 정대만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정대만은 중학교 때 카나가와현의 넘버원 플레이어로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무석(타케이시)중이 카나가와현 대회를 제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정대만이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고 지역에서 정대만을 모르는 선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안감독님을 따라 진학한 북산고에서 연습 도중 부상을 입게 되고 부상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죠.
안타깝게도 정대만은 농구코트를 떠나 불량 학생들과 어울립니다. 그리고 빗나간 자존심으로 북산 농구부를 끝장내려고 하죠. 어느 날 북산 농구부를 쓸어버리기 위해 불량 학생들과 찾아갔아간 정대만은 뜻밖의 저항에 부딪힙니다. 싸움하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백호를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인 서태웅의 피지컬에 정대만 일당은 당황하게 됩니다. 여기에 백호군단이 가세하며 정대만와 불량학생 일당은 완전히 패배해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감독을 만난 정대만이 눈물을 흘리며 날린 명대사. "안 선생님... 농구가... 농구가 하고 싶어요."는 정말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정대만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처럼 드라마틱한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정대만을 중심으로 슬램덩크를 제작한다면 정말 재밌지 않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ㅎㅎㅎ 실제로 정대만은 슬램덩크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실시된 슬램덩크 인기투표에서 정대만(미츠이 히사시, Mitsui Hisashi)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드라마, 콘텐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보면서 느낀 점(스포 없음) (0) | 2023.07.03 |
---|---|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의 중요한 시사점 (0) | 2023.06.30 |
슬램덩크 극장판(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매완료! (0) | 2023.01.08 |
인생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가장 웃긴 장면과 대사 (0) | 2023.01.07 |
인생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0) | 2023.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