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애플의 WWDC가 6월 5일(현지시간)에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애플은 놀라운 제품들을 선보였는데요. M2 칩을 탑재한 맥북 에어 15인치와 새로운 맥 스튜디오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주목받은 것은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였습니다. 애플이 무려 9년만에 내놓은 신제품일 뿐만 아니라 이전에 나왔던 MR 헤드셋과 차별화된 성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전 프로가 애플이 소개한 기능을 잘 구현해 낸다면 엄청난 혁신이 될 것 같습니다. 가격도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3,499달러, 한화로 약 460만원 가까이 합니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얼마 전에 발표한 MR 헤드셋 '퀘스트3'의 가격이 499달러, '퀘스트 프로'의 가격이 999달러임을 감안하면 몇 배가 비싼 제품입니다.
과연 애플의 비전 프로가 잘 팔릴까요? 경쟁사 제품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가격과 아직까지 배터리 지속시간이 2시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단순한 헤드셋이 아니라 고성능 컴퓨터와 대형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비싸지 않은 제품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만들었으니까요. 2020년 12월 애플이 80만원 가까이 하는 에어팟 맥스를 공개했을 때에도 특이한 디자인과 비싼 가격 때문에 '망작'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손과 눈 기반 컨트롤(Hand- and eye-based control)
비전 프로는 무언가를 입력할 때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를 이용해 사용자의 손과 눈, 음성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속 카메라와 사용자의 눈에 조명 패턴을 투사하는 LED 링을 이용해 사용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파악하는데요.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애플은 눈에 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메타의 퀘스트와 같은 기존의 헤드셋이 컨트롤러를 필요로 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EyeSight(아이사이트)
eyesight는 '시력'이라는 뜻인데요. 비전 프로의 아이사이트는 사용자가 앱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유리 화면이 투명해지면서 주변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말합니다. 이 역시 기존의 MR 헤드셋과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MR 헤드셋의 경우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일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듯한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도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커다란 장점이 될 것입니다.
아이사이트 기능은 비전 프로 사용자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주위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전 프로 사용자가 바로 앞에 당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앱에 집중하고 있다면 당신은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사용자가 당신을 보고 있다면, 당신도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사이트 기능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른바 '공간 촬영(spatial photography)'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공간 촬영'은 사용자가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있을 때 주변 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참고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사용자가 사진촬영 또는 녹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개인용 컴퓨팅 헤드셋(personal-computing headset)에 대한 애플의 비전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애플의 팀쿡 CEO는 오랫동안 '주변 환경으로부터 사람들을 제거하지 않는 경험을 구상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전통적인 가상현실 헤드셋과 대비되는 기능입니다.
Immersive FaceTime video calls(몰입형 FaceTime 화상통화)
얼핏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있으면 페이스타임과 같은 화상통화를 하기에도 매우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화상통화는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하는데,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라면 상대방이 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AR/VR 프로젝트 팀 리더인 마이크 록웰(Mike Rockwell)은 "당신을 보고 있는 화상회의 카메라도 없고, 설령 있더라도 당신이 눈에 무언가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사용자 얼굴의 디지털 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페이스타임에서 대화할 때 비전 프로는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얼굴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디지털 페르소나로 표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하는 상대방은 MR 헤드셋 착용에 따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통화할 수 있습니다.
Desktop mirroring(데스크탑 미러링)
비전 프로와 같은 MR 헤드셋의 경우 사실상 화면 공간이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데스크톱을 훨씬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은 다양한 제품들을 동기화하는데 강점을 갖고 있는 애플에게 매우 유리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3인치 맥북 프로를 사용한다면, 기본적으로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화면을 한 번에 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맥북의 화면을 사용자의 주위에 나타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이 경우 키보드와 마우스가 지원된다고 합니다. 즉 사용자가 가상 키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공중에서 손가락을 탭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기능은 강력한 제품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애플에 특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OS와 아이폰, 다양한 컴퓨터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의 경우 퀘스트를 페이스북 생태계와 연계시키려 해도 애플과 비교하면 큰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ntertainment(오락)
이번 WWDC에서 특별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가 무대에 오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디즈니의 컨텐츠를 헤드셋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가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디즈니가 갖고 있는 막강한 컨텐츠를 감안할 때 MR 헤드셋과 결합하면 상당히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양쪽 눈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4K 디스플레이가 있고, 애플의 공간 오디오 기능을 이용하면 극장과 같은, 아니 극장보다 훨씬 좋은 영화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V 프로그램들을 비전 프로로 시청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컨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엄청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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